[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한국계인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가 7월30일 한국에 도착해 “우리(한미)의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域內)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스틸 대사는 “경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韓美) 정상회
담에서 양국이 도출한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7월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공항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스틸 대사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비전을 함께 발전시켜 더욱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스틸 대사는 한미 동맹이 “전쟁 속에서 결성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어깨를 맞대고 싸운 이들의 피로 더욱 견고해졌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영어로 성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스틸 대사는 한국어로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다시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인사했다. ‘박은주’라는 한국 이름을 지닌 스틸 대사는 1955년 실향민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중·고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연방의원 출신 정치인으로는 첫 주한 미국대사인 스틸 대사는 부임 후 적극적으로 한미 관계와 관련한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측근이나 정치인 출신이 주로 대사를 맡았던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과 달리 주한 미국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마크 리퍼트 전 대사를 제외하면 외교관이나 군, 학계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스틸 대사는 2024년 연방 하원의원 3선 도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개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낙선 후에는 연방정부 중책을 제안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에 탄탄한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날 스틸 대사와 함께 입국한 남편 숀 스틸 변호사 역시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장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조직과 정치자금 모금에 관여한 측근으로 꼽힌다.
1981년 결혼한 스틸 변호사는 공화당 캘리포니아주 의장을 지낸 유력 인사로, 한미(韓美) 간 가교 역할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스틸 대사가 2006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위원회 위원에 도전해 당선된 것도 남편의 권유 덕분이었다. 스틸 대사는 이후 2014년 오렌지 카운티 감 독위원회, 2020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7월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뒤쪽에 남편 숀 스틸 변호사가 따라 들어오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2025년 1월 이임한 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주한 미국 대사 공백은 스틸 대사의 부임으로 해소됐지만, 그의 앞에는 쿠팡 문제를 비롯해 양국이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주요 현안들이 놓여 있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 2025년 한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 군함의 한국 건조 문제 등도 협의해 나가야 한다.
일각에선 북한, 중국 문제에 대한 이재명 정부와의 시각차를 좁히는 일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틸 대사는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던 당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을 반대하고 2023년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중국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의 탈북민 송환을 규탄하는 등 북한과 중국에 강경한 노선을 유지해 왔다. 이날 스틸 대사가 입국한 인천공항에서는 일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윤제 전 주미 대사는 “한미관계의 큰 목표나 원칙보다는 특정 사안에 대한 시각차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대사가 부임하면서 양국 간 정서적인 차이에서 오는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외교부 1차관)는 “미국 대사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겠지만, 한미 동맹을 잘 관리하는 선두주자가 돼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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