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간납업체, 을지재단 산하 3개 병원에 매출 99.6% 의존

주요 병원 중 을지대병원도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형병원은 통상 의료기기, 치료재료(치료에 사용되는 소모성 의료기기) 등을 간납업체에서 공급받는다.
간납업체가 제조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일종의 '중간 유통'을 맡는 구조다. 병원별 간납업체는 대부분 하나뿐이고, 상당수의 간납업체는 병원장의 가족이나 의료법인이 소유·운영하고 있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컸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병원의 간납업체 지분 매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서울아산병원에 의료기기 등을 납품해온 간납업체 메디굿파트너스의 지분 51%를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는 29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받고 지분을 정리할 계획이다.
아산재단이 메디굿파트너스 지분을 매각하는 건 내년 말 시행되는 의료기기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기기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간납업체 관리·규제를 국정과제로 삼고 지난해 12월 말 의료기기법을 개정했다.
개정 의료기기법은 병원장 또는 의료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와 해당 의료기관의 거래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병원장이나 법인 임원의 배우자 등 2촌 이내 친족 등이 간납업체를 운영하거나 지배관계(50% 이상 지분 등)가 형성된 경우, 또는 의료기관이 간납업체의 임원 구성 및 사업 운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거래가 금지된다.
법 개정에 따라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도 각각 거래해왔던 간납업체의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나머지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간납업체가 없어 개정 의료기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빅5 외에도 주요 병원 대부분이 간납업체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시내 한 병원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지분 보유 등 특수관계인 간납업체와의 거래에 제한이 생긴 상황이라 순서에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지분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5 보다 규모가 작은 사립대병원의 간납업체 지분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을지대병원은 이미 관계 법령에 따라 간납업체 지분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을지대병원의 간납업체 토탈메디칼은 을지재단의 학교법인 을지학원과 직접 지분 관계는 없으나 100% 완전자회사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토탈메디칼은 을지학원에서 수익사업체로 운영하는 이유인베스트(EU인베스트)의 자회사기 때문이다.
을지학원은 100% 출자해 수익사업체인 이유인베스트를 설립했고, 이유인베스트는 토탈메디칼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을지학원, 이유인베스트, 토탈메디칼은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
병원과 특수관계인 간납업체는 매출의 상당수를 해당 병원에 의존하는데, 토탈메디칼 역시 지난해 매출 720억여 원 중 99.6%를 을지재단 산하 3개 병원에서 올렸다.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이유인베스트에 배당하기도 했다. 배당수익을 포함한 이유인베스트의 이익은 최종적으로 을지학원에 귀속된다.
을지재단 관계자는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라 병원이 출자한 의료기기 간납업체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지분의 51% 이상을 처분해야 하고, 토탈메디칼 역시 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현재 지분 매각과 관련해 추진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개정된 의료기기법 시행이 오랜 관행처럼 여겨졌던 간납업체 중심의 왜곡된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법을 우회하려는 꼼수 경영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내 한 법대 교수는 "여러 형태의 탈법 수단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법 집행에 맞춰 위법 행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걸 고민해볼 만하다"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간납업체도 준법 경영을 할 수 있고, 위반 행위는 적극 규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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