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미국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 후보 경선에서 진보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가 당 지도부의 지원을 받은 중도 성향의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고 승리했다.
2025년 6월 뉴욕 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민주사회주의자(DSA) 지지를 받은 조란 맘다니가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민주당 진보 진영이 대선 경합주에서도 상징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다시 한번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진보 후보의 약진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오히려 경합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 후보로 확정된 압둘 엘사예드가 8월5일 디트로이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엘사예드는 8월5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48.5%를 얻어 47.5%를 득표한 스티븐스를 1%포인트 차로 제치고 민주당 상원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오는 11월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의원과 은퇴하는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후임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됐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탈환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 경합주 의석으로 꼽힌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 진보 진영과 당 지도부의 대리전으로 불렸다. 무소속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라시다 틀라이브 하원의원 등이 엘사예드를 지원했고,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스티븐스를 공개 지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 주류가 미시간을 진보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선(firewall)’으로 삼았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민주당의 노선 변화와 직결된 정치적 사건으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반(反)기득권 정서’가 확인된 선거라고 평가했고, WSJ는 민주당의 좌클릭이 뉴욕·캘리포니아 같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을 넘어 대선 경합주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엘사예드의 승리는 위스콘신과 미네소타 등 앞으로 예정된 경선의 진보 성향 후보들에게도 탄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 내 친이스라엘 노선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엘사예드는 가자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를 주장한 반면, 스티븐스는 친이스라엘 노선을 유지했다.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에이팩(AIPAC) 계열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스티븐스를 지원하기 위해 32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스티븐스 측 전체 광고비는 약 6470만달러로 엘사예드 측의 약 9배에 달했다. 그러나 엘사예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자금 공세를 이겨내며 승리했고, WSJ는 올해 AIPAC의 최대 정치 투자처였던 미시간에서 패배하면서 AIPAC 역시 이번 경선의 가장 큰 패배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또 다른 고민도 남았다. CNN은 “엘사예드의 승리가 민주당 진보 진영의 최대 성과인 동시에 11월 본선의 최대 변수”라고 분석했다. 7월 말 실시된 미시간 여론조사에서는 스티븐스가 로저스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반면, 엘사예드는 로저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진보 후보가 경합주 본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가 민주당의 상원 탈환은 물론 2028년 대선 노선 논쟁의 향배를 결정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엘사예드는 승리 직후 “이제는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로저스를 꺾어야 한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에는 대단한 뉴스”라며 엘사예드를 “미시간의 맘다니”라고 규정한 공화당의 공세에 힘을 실었다. 이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좌클릭’을 부각하는 계기로 활용하며 본선 공세를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미시간 뒤흔든 엘 사예드는 누구?
미국 민주당의 차세대 진보 진영을 이끌 주자로 꼽히며 ‘미시간의 맘다니’로 불리는 압둘 엘 사예드(42)가 5일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밀었던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불과 1%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꺾었다. 이번 경선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 등이 지원한 민주당 진보 진영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민주당 주류가 맞붙은 대리전으로 불렸다. 친(親)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AIPAC)가 3000만달러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올해 미국 민주당 경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1984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엘 사예드는 이집트 출신 무슬림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미시간대에서 생물학과 정치학을 전공하며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시간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 2년 재학 중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중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컬럼비아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만 의사 면허는 취득하지 않고 공중보건과 역학 분야를 선택했다.
디트로이트 보건국과 웨인카운티 보건국을 이끌며 공공보건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것은 질병만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이라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8년 미시간 주지사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8년 만에 민주당의 대표적인 신예 정치인으로 재기했다.
엘 사예드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 for All)’, 억만장자 증세, 정치자금 개혁 등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이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중단을 주장하며 젊은 유권자와 아랍계·무슬림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엘 사예드는 정책통 이미지와 함께 뛰어난 대중 소통 능력으로도 유명하다. 어려운 의료·경제 정책을 짧은 영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설명하며 젊은 층을 끌어들였고, 유세장에서는 농담과 유머를 섞은 연설로 인기를 얻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차세대 오바마(next Obama)’라 불리며 새로운 민주당 스타가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본선은 험난할 전망이다. 그는 11월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후보와 맞붙는다. 공화당은 엘 사예드의 의료·이민 정책과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급진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에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공산주의 패배자 엘 사예드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극단적인 정책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강성 좌파 약진에 "아메리칸드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
선거 앞 '민주사회주의' 급진 면모 부각…"美 역사상 가장 큰 위협… 영원히 물리칠 것"
“공산주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위협입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를 영원히 물리칠 것입니다.”
미국 미시간주(州)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강성 좌파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가 승리하며 이른바 ‘민주사회주의자(DSA)’가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5일(현지시간) “공산주의라는 재앙으로 아메리칸드림을 파괴하고, 치명적인 비참함과 궁핍한 이념을 미국의 모든 주(州)로 퍼뜨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엘사예드를 콕 집어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고도 했다. 지난해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를 필두로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강성 좌파 정치인의 약진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노선 경쟁에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5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의회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여러분과 아이들을 위해, ‘아메리칸드림’을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는 동안 급진 좌파 광인들은 공산주의라는 재앙으로 그것을 파괴하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강성 좌파 후보들의 급진적 성향을 부각하고 있다. 경선 단계에선 주목을 끌었지만, 이들의 본선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들은 경찰·군대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교도소와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엘사예드가 경합주 미시간에서 간발의 차로 승리한 것 관련 “여론조사는 유대인을 증오하는 (알사예드가)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했지만 또다시 틀렸다”며 “우리는 그들이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도 “3년 후에 엘사예드 ‘대통령’이 탄생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가 우리가 해온 모든 노력을 무효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회 리더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X(옛 트위터)에서 “더 이상 공화당과 민주당, 상식과 미침이 아닌 미국을 사랑하는 자와 미국을 증오하는 공산주의자의 (대결이) 됐다”며 “미국을 파괴하려는 민주당원들에 맞서 공화당원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로 남도록 싸울 것”이라고 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엘사예드의 장인과 테러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 간 연관성을 부각하며 “미시간 주민들은 엘사예드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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